Portrait Younghi Pagh-Paan

작업





 

▶ 되돌아가기


비유 (BIYU/ 比喩)


내가 13세 살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피아노로 모챠르트를 연주하고, 직접 작곡한 소품들을 오선지에 옮기던 시기에 언니가 보여준 어느 시집에서 하이네와 괴테 그리고 릴케를 만났다. 한글로 번역된 이 시들에 나는 순간적으로 매료되었다. 특히 괴테의 '나그네의 밤 노래 속편'은  어린 나에게 깊은 감동을 주어 바로 외어 버렸고 한동안은 마치 염불하듯이 읍조리고 다녔다. 그 때는 깊은 내면의 욕구로 정기적으로 절을 찾던 시기이기도 했다.

괴테의 시속에 담겨있는 감정, 그려내는 그림, 심지어 그 엄격한 형식까지도 한국인에게는 친숙하다. 한국의 시나 중국의 시에서 그렇듯이 괴테의 시 역시 시인의 그리고자 하는 모습, 표현하고자 하는 느낌을 단어 하나 하나에 옮겨 담아 놓은 것일 뿐이다.  그래서 괴테는 우리를 매혹시켰고 '우리의 것', 즉 한국화 되기에 이르렀다. 이 한국화된 괴테를 나는 내 음악을 통해 그의 고향으로 되돌려보내고자 한다. 그래서 한글번역을 그대로 가사로 썼다. 괴테가 들으면 워라고 할까?

가사로 사용한  '나그네의 밤 노래 속편’은 다음과 같다.
산봉우리엔 고요가,
우듬지엔 바람결 숨죽이고
숲 속의 산새들도 지저귀지 않으니,
기다려라,
머잖아 그대 또한 쉬게 되리니.

(번역: 김 누리)

이 시의 원본 'Ein Gleiches'는 괴테에게 있어서도 예외에 속하는 짧은 음절의 단어를 사용해 그 간결한 문체만으로도 침묵을 야기시킨다. 그런데 이 시의 한글번역을 읽으면 실제 음절의 수는 늘어났는데도 더 짧아 진 듯한 집약적인 느낌을 준다. 그 이유를 나는 우리 한국인의 전형적인 시조낭송의 방식에서 찾는다.

주요개념이 항상 싯귀 제일 앞에 배치되던 우리의 시는 높-낮이를 강조하지 않고 흐르듯이 낭송하는 것이 특징이다. 위의 시는 유달리 우리의 이런 낭송방법과 거의 완벽한 일치를 이룬다. 서양에서는 시를 조용하고 한적한 공간에서 묵묵히 눈으로 읽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한국의 전통적 시조나 유명한 서정시들은 오래 전부터 소리내어 읽혀졌다.

괴테는 그의 시를 통해 우주의 고요와 침묵을 느끼게끔 유도하고 한 찰나에 지나지 않는 인간 삶의 한계를 돌아보게 함으로서 안과 밖을 연결시켜준다.

'비유'를 작곡하면서 나는 바로 이 주제로의 접근을 시도하였다.

'비유'란 다양함에 대한 동시적 관찰을 의미한다.    

1999년 4월 브레멘에서 박-파안 영희

------------------

▶ 되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