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HANG-SANG)
알토플륫과 기타 그리고 북을 위한 곡
1983
이 곡은 1993년 세계적인 플륫주자인 Robert Aitken과 토론토에서 개최 된 New Music Concert-앙상블를 위해서 쓰여졌다. '항상 (恒常)’은 '영속성', '불변성'을 의미하며 우리말로는 '늘','언제나'의 뜻으로 쓰인다.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항상'이 주는 느낌,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은 어떤 것일까?
19세기 스위스의 시인 고드프리드 켈러(Gottfried Keller)는 그의 시를 통해 옛 도교의 지혜를 전달한다.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머무르고 있다. 다만 우리가 그 시간을 통과하여 지나갈 뿐이다".
붓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동양의 서예-한자 문화권에서는 백지 위의 붓 놀림을 주제로 한 오랜 철학의 전통이 있다. 힘과 리듬에 의해 놀려지는 붓은 흰 종이 위에 묵의 짙고 엷은 색을 남기면서 그 배경이었던 한지의 흰색을 전경으로 떠올린다. 전혀 붓이 닿지 않은 곳 뿐 아니라 고르지 않은 붓결 하나 하나가 남긴 보일듯 말듯한 빈 틈마져도 흰 빈자리를 남겨놓기 마련이다. 붓 놀림 즉 예술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바로 이 '항상 있었던 것을 새로이 보여준다는 것'에 있다. 이렇게 붓 놀림의 배경이여야 할 백지가 붓 놀림이 남기고 간 흔적들 사이로 더욱 더 정결한 흰빛으로 돋보임을 우리는 '공백의 비상'이라고 한다. 이 비유야말로 우리의 시간 경험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머무르고 있을 뿐이다"
1993년 박-파안 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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