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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흔을 꿈에 보듯이

(wundgeträumt)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이올린, 비올라와 바이올린 첼로를 위한 곡

앙상블 레셰르셰(ensemble recherche)를 위하여

서구화된 한국을 포함한 우리의 현재는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꿈을 실재와 동떨어진 것으로 치부하면서도 대중매체를 이용하여 가상적인 센세이션으로 확산시키기 좋아하는 데 반해 원래 동양적 관점에서의 꿈이란 삶과 죽음, 실재와 창조적 가상을 하나로 보고 인간존재의 하잘 것 없음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다.

한병철 씨가 내 작품 ‘달그림자’를 위해 쓴 시의 구절들을 읽다 보면 우리들의 억압당하고 일그러지고 온갖 수모를 이겨내며 연명해 온 삶이 파헤쳐진 현실 속에서 불쑥 한 송이 꽃을 피운 듯한 느낌을 받는다. 내 음악은 시인의 사고와 시적 형상들을 한 구절 한 구절 소리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이 윤회로의 길임을 잊지 않는 불교의 전통적 관점에 따라 형상과 반형상을 그리려 하였다.

위대한 유럽의 코스모폴리탄인 조지 슈타이너(George Steiner)는 오늘도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영성이라는 주제를 논함에 정말로 중요한 것은 암시적으로든 명시적으로든 궁극에는 초월적인 어떤 힘 또는 경계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우리가 실질적인 존재적 질서 안에서 움직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항상 불명확함을 이웃으로, ‘그림자 저편’으로부터 작용하는 어떤 힘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예술과 문학 대부분이 그 주제로 삼고 있다.

2005년 3월 11일 브레멘에서 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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