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rait Younghi Pagh-Paan

Wer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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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그림자/ Mondschatten / MoonShadows(2002-2005)


오페라와 댄스’라는 전문지에 실린 인터뷰를 번역한 것입니다
발췌 (www.operundtanz.de/archiv/2006/03/portrait-pagh-paan.shtml)

„내가, 내가 바로 인간이다“

박-파안 영희 (朴 琶案 泳姬)*와의 대화, 박-파안 영희의 첫 오페라 작품에 관하여,

마르코 프라이(Marco Frei)

브레멘 음악대학 교수이자 한국작곡가인 박-파안 영희의 첫 오페라 작품은 ‘달 그림자’라고 하는 수수께끼 같은 제목을 갖고 있다. 이 작품은 슈트트가르트에서 열리는 세계현대음악축제(World New Music Festival) 행사 중의 하나로 7월 21일 잉그리드 폰 반톡 레코브스키(Ingrid von Wantoch Rekowski)의 연출로 초연된다.

이 오페라의 각본은 원래 스튜트가르트 국립극장 수석희곡가인 율리아네 보텔러(Juliane Votteler)가 소포클레스의 원작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를 기반으로 썼다. 그러나 작곡가 박-파안 영희와 오페라극본을 쓴 율리아네 보텔러가 공동작업을 하는 동안 동양적인 관점에 대한 개방성이 요구되었고 이에 철학자 한 병철 씨의 한국적인 철학과 불교 선시(禪詩)의 형식을 도입함으로서 동양과 서양이 통합되는 형태를 이루게 된다

 이미 작년에 초연된 6중주 작품 ‘상흔을 꿈에 보듯이 (Wundgeträumt)'에 담겨있던 한 병철 씨의 철학과 그 핵심적 내용이 이번 슈튜트가르트 국립극장의 위촉 작품인 <달그림자>에도 음악적으로 반영되었고 유럽의 악기와 동양적 음의 구사가 엮어내는 신선한 청각경험을 선사한다. 그렇다면 오이디푸스, 안티고네, 폴리네이케스, 테세우스 크레온 등 신화 속 인물들이 각각 고유의 음형을 갖고 등장하는 이 실내음악극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마르코 프라이(이하 MF): ‘상흔을 꿈에 보듯이’에서는 “상흔을 입을 만큼 방황하고, 울며 몸부림치고, 꿈속을 헤맨 상처투성이의 너의 영혼! 상처를 통해 숨을 쉬어라! 상처로 하여금 피 흘리게 하라!”고 외칩니다. 박-파안 선생님 역시 상흔이 남을 만큼 긴 여정을 경험한, 적어도 여러 세계를 거쳐 오늘에 이른 나그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고향은 찾으셨습니까?

박-파안 영희(이하 YPP): 6.25 한국전쟁 당시 우리는 걸어서 피난을 해야 했고 오빠 한 분은 전쟁의 총알받이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어떠한 인간의 영혼도 사는 동안 많은 상처를 입고 고통스러워합니다. 우리가 사는 이유는 바로 이런 상처들을 마치 파헤친 땅에 새로운 씨앗을 심어 풍요롭게 하듯이 치유하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 상처들은 그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바로 우리 자신들의 것입니다. 고향은 사실 찾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건 저처럼 타국에서 사는 사람만이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고향과 집으로 향한 향수는 궁극적으로 죽음에 이르는 것입니다. 죽음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고향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소포클레스가 쓴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의 내용이기도 합니다

MF: 소포클레스의 드라마에서 오이디푸스는 방황의 끝에 복수의 여신들이 사는 숲에 도달하여 평안을 얻고 신의 지위를 얻게 됩니다. 박-파안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이 주제를 다루게 되었습니까?

YPP: 90년대 말 슈트트가르트 국립극장 총감독인 클라우스 체엘라인(Klaus Zehelein)이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의 독백을 출발점으로 하는 음악극을 만들고자 하는 아이디어를 갖고 저에게 문의를 했었습니다. 비유럽적인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MF: 당시 그 제안에 응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YPP: 오이디푸스는 타향에 와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저 역시 타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동시에 소포클레스는 이 작품을 90세 고령의 나이에, 그것도 아들에 의해 법적으로 금치산자 판정을 받았을 때 썼습니다. 그는 금치산자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마지막 작품인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를 암기하여 낭독함으로서 예술을 통해 스스로를 구제합니다. 특히 오이디푸스도, 소포클레스도 궁극적으로 혈연관계를 - 심지어는 자신의 아들들까지도 - 부정한다는 점이 저를 매료시켰습니다

MF: 한 병철 씨의 글을 포함시킨 이유는 무엇입니까?

YPP: 오페라 여섯 번째 장면, 합창에 보면 “태어나지 않는 것, 어떠한 영혼도 그 이상 더 높은 것을 지향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 태어났다면, 네가 온 곳으로 다시 돌아가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저는 이 소포클레스의 진혼곡을 통해 도교와의 확실한 연관성을 보았고 한 병철 씨의 글을 도입한 것에 대해 정당성을 느낍니다. 이렇게 함으로서 동양의 사상에 뿌리를 둔 작곡가로서의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만일 이런 도교적인 씨앗을 보지 않았다면 저는 결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지 않았을 겁니다

MF: 한 병철 씨의 글 내용은 소포클레스의 드라마에서는 직접 등장하지 않는 오이디푸스의 딸 안티고네에 의해 전달이 됩니다.

YPP: 안티고네가 한 병철 씨의 글을 노래하는 장면에서는 극의 상반성을 표현하며 중요성을 한층 부가시킵니다.

MF: 결국 ‚상흔을 꿈에 보듯이’의 작품해설에서도 언급하셨듯이, 비교학자인 죠지 슈타이너(George Steiner)가 말하는 ‘영성 추구 (Moto Spirituale)’가 성립되는 것이죠.

YPP: 영성을 추구한다는 것은 죽음을 맞이하는 인간자세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연관선상에 있는 것이 자신의 운명에 대한 오이디푸스의 부정적(否定的) 침묵입니다. 드디어 그는 한 인간으로서 인간다운 자세를 취하고 운명에 더 이상 순응하지 않습니다. „내가, 내가 바로인간이다“ 라고 그는 극의 첫 장에서 노래합니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안티고네가 처음으로 단호히 ‘노(No)’를 외치며 크레온이 금지한 폴리나이케스의 장례를 치르고 그리고 그로 인해 생매장되는 벌을 불사합니다.

MF: "인간의 삶은 물새의 주둥이에 맺힌 이슬방울에 비친 달그림자와 같다“를 끝으로 오페라는 막을 내립니다. 왜 하필 ”달-그림자”입니까?

YPP: 짧은 인간사와 이에 공존하는 삶의 드라마를 생각했습니다. 오직 스스로만이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해답을 찾아야 하는 수수께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특정한 의미부여를 강요하지 않는 열린 제목을 선택한 것입니다.


   번역
: Sunok Schulz,  yusunok@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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